한은 금통위 회의실엔 '비밀의 방'이 있다는데

입력 2017-06-09 16:54  



(김은정 경제부 기자)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 15층 회의실. 어쩌면 일반인들의 눈에도 익숙한 장소일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이 곳에서 열리거든요. 금통위 의장인 한은 총재가 의사봉을 치면서 회의를 시작하는 모습을 방송 화면을 통해 접했을 겁니다.

한국 통화정책의 산실인 금통위 회의실이 30년 만에 자리를 옮깁니다. 노후화된 한은 본관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이달 말부터 업무를 태평로 삼성본관 빌딩에서 하기 때문입니다. 금통위 회의 역시 공사가 진행되는 2020년까지 삼성본관 빌딩 17층에 있는 대체 회의실에서 열립니다. 1950년 한은 설립 이후 금통위 회의실이 이동하는 건 이번이 여섯 번째랍니다.

금통위 회의실이 처음 ‘이사’를 하게 된 것은 한국전쟁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첫 금통위 회의는 1950년 6월 현재 화폐박물관 2층에서 열렸습니다. 하지만 그해 6월25일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곳에서 하던 금통위 회의는 중단됐습니다. 전쟁이 진행되던 1951년 1월 한은 본점이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금통위 회의도 현재 부산근대역사관에서 열렸습니다.

1953년 한은 본부는 서울로 돌아왔지만 금통위는 한동안 화폐박물관에서 열리지 못했습니다. 전쟁으로 파손됐기 때문이죠. 금통위 회의는 대신 SC제일은행 제일지점에서 열렸다네요. 그러다 1958년1월 화폐박물관 건물이 복구되면서 금통위 회의도 이곳에서 다시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화폐박물관에서 30년 열렸던 금통위 회의는 1988년1월 지금의 한은 본관 회의실로 또 옮겨 열리게 됩니다. 1987년12월 현재 서울 남대문에 있는 한은 본관 건물이 준공됐기 때문입니다.

금통위 회의실은 말 그대로 ‘비밀의 장소’입니다. 회의실 내부 곳곳에는 도청방지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회의실 출입도 관리책임자의 인가를 받은 사람만, 그것도 별도의 출입 기록을 한 뒤에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금통위 회의 참석 때는 휴대전화 소지도 금지됩니다. 회의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는 걸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랍니다.

금통위 회의실 의장석 뒤에는 작은 방이 하나 연결돼 있습니다. 예전 재무장관이 금통위 의장을 맡았을 시기에 대기실로 사용됐던 장소입니다. 하지만 한은이 독립한 이후로는 회의 때 금통위원들간 이견이 클 때 의견을 조율하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금통위원을 제외하고는 한은 부총재보 같은 임원들조차 들어갈 수 없는 장소라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엔 금통위원들이 금통위 회의 전에 이미 충분 의견조율을 하기 때문에 이 방을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고 합니다.

사진에서 자주 접하는 금통위 의사봉은 개회, 폐회, 의안 통과, 보고 접수 때 사용됩니다. 단계마다 세 번 치는 게 원칙입니다. 세 번을 치는 근거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한은 주변에선 “관습적인 선호로 굳어졌다” “변증법 철학 사상의 ‘정반합’을 반영하고 있다”는 등의 얘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현재 금통위 회의실에는 대형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1950년 5월 첫 번째 금통위 회의 장면을 담고 있죠. 하지만 삼성본관에 있는 대체 회의실은 층고가 낮아 이 그림을 걸 수 없다고 하네요.

한은 관계자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현재 회의실에서 수많은 회의와 조치가 이뤄졌다”며 “30년 만에 회의실에 옮긴다니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습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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